케이블(Cable)

[Trouble Shooting] EHV 케이블 절연층 두께 편차 불량 해결: 온도와 잔류시간의 비대칭 용융 메커니즘

케이블 닥터 2026. 7. 31. 06:50

 

프롤로그: 합격인 줄 알았다

VCV 라인 앞. 라인 속도 0.83 m/min, 가교관 최고 온도 542℃. 3,150m짜리 220kV, 2500㎟ 대형 도체 케이블이 뽑혀 나오고 있었다. 육안 검사는 무난했다. 표면 Waviness(물결침)도 거의 안 보였다. "이 정도면 통과지."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절단면을 잘라 두께를 재는 순간, 팀 전체가 조용해졌다.

 

최대-최소 두께 편차: 0.58mm 사내 기준: 0.5mm 이하

 

표면은 분명 정상이었다. 그런데 왜 내부는 기준을 벗어난 걸까. 이날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범인을 쫓는 며칠간의 추적이 시작됐다.

 

1차 용의선상: "설비가 문제 아니야?"

가장 먼저 의심받은 건 늘 그렇듯 하드웨어였다.

  • 압출기 스크루 마모?
  • 크로스헤드 편심?
  • 메시 필터 막힘 (XLPE 20/80/250/120/80/20 Mesh, 반도전 20/60/40/20 Mesh)?

그런데 이상했다. 설비는 최근 점검을 마쳤고, 필터도 교체 주기 안이었다. 무엇보다 — 표면 상태는 정상이었다. 만약 설비 자체의 기계적 결함이었다면 표면에도 흔적이 남아야 했다. 하지만 케이블은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용의자 1번, 알리바이 성립. 설비 탓이 아니었다.

 

2차 단서: 숨어있던 수치, 127.6℃

수사가 벽에 부딪히자, 팀은 생산 조건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훑기로 했다. 그러다 스크루 RPM별 Bleeding Test 기록에서 눈에 띄는 숫자 하나를 발견했다.

생산 속도인 13 RPM 구간에서, 압출된 수지의 실온이 127.6℃까지 올라가 있었던 것.

"이게 왜 이렇게 높지?"

여기서 수사의 방향이 바뀌었다. 표면은 정상인데 내부 두께만 흔들린다는 건,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유동(流動)의 문제라는 뜻이었다. 압출기 안에서 수지가 흘러나오는 양(토출량 QQ )이 미세하게 출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론으로 현장을 다시 읽다: Q = Qd - Qp - Ql

압출기에서 실제로 뽑혀 나오는 양은 딱 세 가지 힘의 줄다리기로 결정된다.

  • 드래그 유동( Qd ) — 스크루가 수지를 앞으로 밀어내는 힘
  • 압력 유동( Qp ) — 다이 저항 때문에 역류하는 힘
  • 누설 유동( Ql ) — 스크루와 배럴 틈 사이로 새는 힘 (보통 미미함)

이 세 힘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표면에는 티가 안 나도 내부 두께 분포는 출렁인다. 그리고 이 균형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가 바로 — **실린더 구간별 온도(Z1~Z6)**였다.

여기서 팀은 흔히 쓰는 생산성 극대화 전략, 이른바 **'High-Low 프로파일'**을 다시 들여다봤다. 초입(Z1~Z2)은 온도를 높여 토출량을 늘리고, 후단(계량부)은 낮춰 점도를 높여 역류를 억제하는 방식. 이론적으로는 토출량을 최대화하는 정석이다.

그런데 초고압 XLPE 압출에서는 이 정석이 오히려 함정이 될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 급격한 온도 구배는 수지의 점도를 구간마다 들쭉날쭉하게 만들고, 후단의 과도한 고점도는 다이 벽면과의 슬립-스틱(Slip-Stick) 현상을 유발한다. 압력이 미세하게 출렁여도, 굳어 있는 고점도 수지는 그걸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토출량 흔들림으로 튀어나온다.

즉, **범인은 설비가 아니라 '온도가 만든 점도 불균형'**이었다.

 

반전: 범인은 '너무 뜨거운' Z1/Z2였다

 

기존 조건을 다시 확인해봤다.

  Z1 Z2 Z3 Z4 Z5~Z6 두께 편차
기존 조건 122℃ 122℃ 118℃ 118℃ 116℃ 0.58mm (불합격)

Z1, Z2가 122℃로 나란히 높게 설정되어 있다가 Z3에서 갑자기 118℃로 뚝 떨어지는 구조. 온도만 보면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이 4℃의 급격한 낙차가 수지 내부의 용융 균일성을 깨뜨리고 있었다.

펠릿이 초입에서 너무 빨리, 너무 뜨겁게 녹아버리면서 배럴 벽면과의 마찰이 과도해지고, 스크류가 수지를 밀어내는 힘(드래그 유동)이 구간마다 고르지 못하게 형성된 것. 이 미세한 출렁임이 3,150m를 흘러가는 동안 절연 두께 편차로 고스란히 누적됐던 것이다.

 

처방: 설비 개조 없이, 딱 2~3℃

 

해결책은 허무할 정도로 단순했다. 온도를 확 낮추는 게 아니라, 완만하게 낮췄다.

구분 Z1 Z2 Z3 Z4 Z5~Z6 두께 편차
기존 조건 122℃ 122℃ 118℃ 118℃ 116℃ 0.58mm (불합격)
개선 조건 120℃ 119℃ 118℃ 118℃ 116℃ 0.29mm (합격)
 
Z1, Z2를 각각 2℃, 3℃만 낮췄다. 설비 개조도, 스크루 교체도, 라인 속도 조정도 없었다. 그런데 결과는 두께 편차 0.58mm → 0.29mm, 정확히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사건 종결: 진짜 범인은 '온도 낙차' 그 자체였다

돌이켜보면 단서는 처음부터 있었다. 표면은 멀쩡한데 내부만 문제라는 것 자체가 "기계적 결함이 아니라 유체의 흐름 문제"라는 신호였다. 그리고 127.6℃라는 이상 수치는 "초입 온도가 너무 뜨겁다"는 결정적 증거였다.

이번 사건이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 표면이 정상이라고 내부까지 정상인 건 아니다. 눈에 보이는 Waviness와 눈에 안 보이는 두께 편차는 다른 문제일 수 있다.
  • 토출량을 높이는 정석(High-Low)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대형 초고압 케이블일수록, 극단적인 온도 차보다 완만한 감쇄가 안정성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 몇 도 안 되는 차이가 수천 미터 끝에서 두 배의 결과 차이로 돌아온다. 초입 온도 2~3℃는 사소해 보이지만, 스크루를 따라 흐르는 내내 누적된다.

설비를 뜯어고칠 필요는 없었다. 필요했던 건 단 한 가지, 수지에게 급격한 온도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었다.

 

 

 

엔지니어를 위한 기술적 시사점 (Engineering Insights)

  • 단순 설정 온도의 함정 탈피: 압출 가공에서 "몇 도(℃)가 적정하고 높은가"라는 질문은 단편적인 접근입니다. 반드시 해당 라인의 속도와 생산 규격에 따른 '수지의 실질 잔류시간'을 함께 링크하여 해석해야 구글 봇과 전문 독자가 모두 만족하는 분석이 됩니다.
  • 외관 정상 품질과 내부 편차의 분리: 눈에 보이는 표면 조도(Waviness)가 매끄럽다고 해서 내부 토출 압력과 두께 편차까지 안정적일 것이라는 착시를 경계해야 합니다.
  • 속도의 한계는 온도로 상쇄 가능: 대형 도체 생산과 같은 고부하 저속 라인에서는 초기 실린더 존의 2~3℃ 미세 감온이 전체 용융 선형성 및 고체층 안정성을 회복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확실한 프로토콜입니다.

 

 

참고문헌 (Technical References)

본 기술 아티클의 싱글 스크류 압출 메커니즘, 비대칭 용융 메커니즘 및 고체층 붕괴와 서징의 상관관계는 아래의 공인 학술·실무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Spalding, M. A. et al., "Flow Surging in Single-Screw, Plasticating Extruders", TAPPI PLACE Conference Paper. — 고체층 붕괴(Solid Bed Break-up)가 압출 서징으로 이어지는 동역학적 메커니즘 규명.
  2. "How Polymer Melts in Single-Screw Extruders", Plastics Technology (ptonline.com). — Maddock 용융 모델: 초기 용융의 대다수가 배럴 측에서 우선 발생한다는 이론적 근거.
  3. "Understanding Screw Temperature in Single-Screw Extruders", Plastics Technology (ptonline.com). — 점성 소산 에너지 전도와 스크루 채널 내 시간 의존성 분석.
  4. "Optimizing Barrel Temperatures for Single-Screw Extruders", Plastics Technology (ptonline.com). — 압출기 실린더 구간별 온도 세팅 원칙과 용융 안정성의 관계.
  5. "Troubleshooting Flow Surging in Single-Screw Extruders", Plastics Technology (ptonline.com). — 고체 이송 불량 및 용융 불균일성에 따른 서징 원인 분류.
  6. Single Screw Extruder — ScienceDirect Topics 개관 (sciencedirect.com/topics/engineering/single-screw-extruder). — Maddock/Barr 용융 거동 및 배리어 스크루의 멜트풀 분리 설계 원리.
  7. Investigation of the barrel temperature profile on the process behavior of single screw extruders, AIP Conference Proceedings 2139 (2019). — 배럴 온도 프로파일이 토출 압력 변동에 미치는 실험적 연구.
  8. "Melting Mechanism of a Starved-Fed Single-Screw Extruder", Polymer Engineering & Science. — 고체층 무너짐이 다이 선단 토출량 변동(Die Fluctuation)으로 이어지는 실증 데이터.
  9. "Cast vs. integral feed section: 7 factors to consider" (LinkedIn, S. Maxson). — 초기 공급 존(Feed Zone)의 열 누적이 조기 용융 및 브리징에 미치는 영향.
  10. "Extrusion Process Optimization: Decoding the 7 Key Parameters" (extruder-parts.com). — 공급부 온도 과열이 고체 이송 메커니즘 성능을 저하시키는 실무적 현상 분석.